폭염으로 인한 전력난 속에 중소기업들이 위태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전력 보조장치를 갖추지 않아 ‘블랙아웃’이 야기할 동시 다발적 정전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13일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7개 지역본부(서울·경인·서부·충청·대경·동남·호남) 내 가동업체 4만1798곳 중 무정전전원장치(UPS)와 자가발전기를 보유한 기업은 각각 307개사, 464개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4만여개가 넘는 기업 중 정전사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 기업이 겨우 1.84%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산단공에서 집계하고 있는 전력소비 1000kW 이상 사용 기업이 1504개인 것을 감안할 때 역시 10곳 중 3곳만 전력 보조장비를 갖춘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단지 내 상당수 입주기업들이 뚜렷한 대응책을 못 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장비 설치 및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UPS나 자가발전기가 필요한 시기가 폭염과 한파가 몰려오는 여름, 겨울 시즌에 한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력 보조장비를 항시 설치하고 유지한다는 것이 경영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수영 산단공 간사는 “자가발전기라고 해도 비상용이어서 최소한의 작업정지나 위험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 된다”며 “전기가 끊기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보조 가동할 수 있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인천에 위치한 한 사출성형기 업체 대표는 “정전사태에 대비해 전력 보조장치를 갖춘다고 해도 오랜 시간 공장 가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공정 중간에 시설이 멈춘다면 제품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무실 조명이나 냉방 등 공장 가동 외 전력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백근 한영나염 상무는 “소방용 자가발전기가 있지만 정전이 된다면 이 장치만으로는 공장 기계 가동을 지속할 수 없다”면서 “자가발전기 등 비상전력장치가 고가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에 갑자기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체 방안을 강구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단공은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EO 대상 간담회, 공문 발송을 통해 절전을 지속적으로 독려 중이다. 이에 올 들어 상반기까지 고려제지, 광명전기, 무림P&P 등 22개 기업이 절전사업에 참여해 2만9036kW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13일 전력수급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후 2~3시경 최대 전력수요가 치솟아 상시대책을 시행할 경우 예비전력이 172만kW까지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