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ㆍ89억원)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제이슨 더프너(35ㆍ미국ㆍ사진)다.
제이슨 더프너는 1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로체스터의 오크힐 골프장 동코스(70파ㆍ714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68타를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짐 퓨릭(43ㆍ미국ㆍ8언더파)을 두 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2년 PGA투어에 데뷔한 더프너는 이 대회 전까지 ‘톱10’ 진입이 10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무명에 가까웠다. 2003년에는 상금랭킹이 184위까지 떨어져 Q스쿨을 통해 PGA 무대에 재진입할 정도였다.
특히 그에게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2011년 PGA 챔피언십 4라운드 14번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렸지만 15번홀 티샷이 연못에 빠지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끝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도 더프너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7언더파)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집중력을 선보였지만 3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부진, 최종 라운드에서 어려운 경기에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더프너는 전반에만 세 타를 줄이며 퓨릭을 압도했다. 그래도 몰랐다. 2년 전 ‘15번홀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프너의 샷은 마지막까지 거침없이 핀을 향해 돌진했다. 특히 자로 잰듯한 아이언샷 거리감은 그야말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더프너가 불과 2년 만에 전혀 다른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승 경험에서 우러나는 자신감이다. 그는 2년 전 PGA 챔피언십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고배를 마셨지만 압박감에 대응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이기는 습관’까지 터득했다.
올해는 US오픈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각각 공동 4위를 차지하는 등 큰 대회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풍부한 경험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입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프너는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더욱 큰 자신감을 얻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더프너는 지난해까지 30대 중반의 노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PGA투어 2승과 함께 결혼에 골인,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플레이는 더욱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반면 큰 대회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3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다 최종 라운드에서 급격히 무너지는 선수들도 많다. 대부분 우승 경험이 없거나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다.
최종 라운드 압박감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압박감을 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누구든 한 번은 경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코 일류선수로 거듭날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력. 바로 그것이 프로데뷔 10년차 더프너가 일류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