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도 똑똑해야,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59)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대현동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 ‘이고르와 학의 여행’을 본 후 시네토크에서 “환경운동도 공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속에는 여자아이가 부모 학의 울음소리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어린 학을 유인해 아이들이 마련한 보금자리로 찾아오게 하는 장면이 있다. 최 교수는 이 장면을 언급하며 “환경운동도 힘만 뻘뻘 쓰기보다는 머리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전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환경운동이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며 “잘 모르고 나섰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결정하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위한 야생방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일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제돌이는 큰 탈없이 무리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돌이의 방류도 최 교수의 뜻대로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돌고래를 풀어줬지만 모든 단계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따라다니며 지켜본 예는 없으리라고 생각된다”며 “올해 말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를 매뉴얼로 만들 생각이다. 전 세계에서 이를 활용하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최 교수는 “돌고래를 풀어주는 일은 반만년 역사에서 처음 해 본 일이고, 그만큼 우리가 성숙해진 것”이라며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자연에 손대지 말자는 주의였는데, 이제는 자연은 우리가 보호하고 돌봐주지 않으면 홀로 살아남기 힘들어진 상태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자국민의 먹을거리, 치안, 국방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후진국과 달리 다른 동물들의 안녕까지 살필 마음의 여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이번 제돌이 방생에는 약 10억원의 예산과 기부금이 투입됐다.
한편 ‘호모 심비우스(공생인)’라는 용어를 창안하기도 한 최 교수는 지난달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 동물학자 제인 구달(79)과 함께 생명다양성재단을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