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주위에는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목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도로변 곳곳에 걸려있었다. 목1동에 위치한 목동유수지를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한 것에 반대하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목동유수지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가장 많은 호수인 2800호 건립이 예정된 곳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임대주택 사업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지역주민들은 인근 기반시설 포화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목동행복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궂은 날씨에도 유수지 근처 현대백화점 앞에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비상대책위 한 회원은 “이미 주변 주거, 교육 인프라가 포화상태이며 서울시에서도 오목교역 주변을 시프트(장기전세 아파트) 개발계획을 금지한 곳이다. 이건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전면 철회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원은 이어 오는 10월 발표하는 2차 시범지구부터 주민들의 요구안을 참고해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1차 시범지구은 제외하고 2차 시범지구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참고해 반영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원은 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태도도 꼬집었다. 그는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5일까지 진행된 주민공람의 의견을 모아 최근 국토부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주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진정한 모습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비상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또 여름철 자주 발생하는 수해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목동유수지에 임대주택을 건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회원은 13일 비상대책위 카페에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범람한 안양천 사진을 올렸다. 이 천은 목동유수지와 인접해 있다.
서울 잠실유수지 인근 주민들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같은날 오후 송파구 잠실동 주변 인근 아파트 주변에는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잠실동 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특고압선(15만4000볼트) 흐르는데 행복주택 웬말이냐’라는 문구가 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사업 반대의사를 밝혔다.
현재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는 잠실유수지 인근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들이 들어서 있다. 정부는 이 곳에 1800호의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최근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오류동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정부는 오류동역 인근에 행복주택을 세운다는 게획이다. 지난 주말 지하철 1호선 오류역 인근 공원에는 설명회에 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행복주택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는 낮았다. 지난 2~3일 개최된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이 일대가 임대주택 지역이라는 오명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업반대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는 주민들의 공람기간을 연장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내 행복주택 실무 태스크포스(TF)사업소 개설, 공청회 및 설명회 개최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실질적인 접점 찾기에는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범지구 7곳 중 6곳의 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라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함 센터장은 “정부는 지역주민과 함께 접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특화 임대사업임을 부각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하나의 롤모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집값하락, 지역슬럼화 등 각종 문제의 해결책을 시간을 두고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이렇게 대립구도로 계속 가면 결론은 나지 않고 갈등만 커진다”면서 “정부와 주민들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