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때문에 대한민국 전력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전력당국자들까지 블랙아웃(대정전)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마피아’는 시쳇말(유행어)이 됐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이권과 금품이 오고 간 것처럼 느낄 정도의 무서운 시쳇말이다. 원전 비리의 핵심 수사대상에는 새한티이피라는 회사가 있다. 원전 제어케이블 등에 대한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다. 특히 이 회사의 회계장부는 국민을 통탄케 만든다. 정작 현재 대한민국 전력체계를 흔들고 있는 이 업체의 실체를 보면 어의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새한티이피의 연 평균 매출은 20억원 내외다. 영업비용 등을 제외하면 회사는 3억원 남짓 손실을 보거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이 매출금과 수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전력 상황이 흔들린 셈이다. 새한티이피의 자산규모도 25억원 수준으로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비리를 통해 기반시설과 연결되면 국가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개미 구멍이 댐을 무너뜨리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비리 예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공시설 수주 업체에 대해 규모와 상관없이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받고 공시토록 하는 방안도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감시의 눈초리 때문에라도 회삿돈을 투명하게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자들의 사직만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면 안 된다. 관련업체 고위 간부들이 물러나는 선에서 원전 사건이 마무리되면 강물 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은 나두고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만 치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강은 당장 겉으로 깨끗한 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강 바닥에 오염물질이 수북이 쌓여 있으면 오염되는 줄도 모르고 썩어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