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임성훈의 진가가 드러나는 두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지난해 신설된 KBS ‘강연 100도C’와 지난 1998년부터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다. ‘강연100도C’에선 신선한 진행자로서의 임성훈을, 그리고 ‘순간포착…’에선 노련한 MC로서의 임성훈을 만날 수 있다.
MC 임성훈은 1974년 TBC ‘가요 올림픽’ 진행자로 나선 이래 40년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최고 MC로서의 명성을 다져왔다. 세월이 흐를수록 농익은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보일 뿐만 아니라 늘 유행 트렌드를 담보하는 그러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MC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성훈이 MC로서 40년 동안 명성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갖춘 것은 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시계’ 때문이다. 방송사에선 오래전부터 임성훈 시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바로 방송 두 시간 전에 정확히 나타나는 임성훈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 같은 부지런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용어가 ‘임성훈 시계’다.
임성훈은 “방송준비 시간이 짧아지면 그때가 바로 내가 방송을 그만두는 때” 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심지어 돌발 상황까지 예상해 연습한다. 제스처도 몇 번씩 미리 반복한다. 이처럼 방송준비가 철저해 자연스럽고 편한 진행 스타일로 프로그램을 안방에 전달하는 것이다. 방송에 필요한 순발력은 이러한 준비와 그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새로운 프로그램에 변용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11년간 KBS 가요순위 프로그램 ‘가요톱 10’ 을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방송 펑크를 낸 적이 없는 것을 비롯해 한 번 맡은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진 적이 없다. 지난 40년 동안 임성훈이 딱 한 번 맡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 매일 생방송되는 KBS ‘전국은 지금’을 4년(1987~1991년) 동안 진행하면서 딱 한 번 진행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방송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면서 진행했다. 발인하는 날만 다른 사람이 대신 방송을 해 줬다.” 임성훈 시계가 얼마나 철두철미한지를 알 수 있다. 요즘 개인적 스케줄 때문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빠지는 것을 비롯해 무책임한 MC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점이다.
임성훈의 특별한 시계가 있었기에 40년 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 MC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