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대병중학교 전교생 및 교직원들이 모과차 덕분에 올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와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의 대병중학교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간사이 지방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1951년 학교가 문을 연 뒤 처음으로 전교생 44명, 교직원 12명 모두가 외국을 수학여행지로 택했다.
대부분 외국 여행이 처음인 학생들은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 오사카성, 대지진의 상흔을 간직한 고베 메모리얼 파크,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 시내 등을 둘러보고 오사카 지하철을 타 보는 등 알찬 체험을 했다.
학생 1명당 50만원이 넘는 여행경비 전액은 2011년 동문의 기부로 설립된 ‘대병중학교 장학재단’이 지원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대병중학교는 농촌지역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줄어가는 학생 수를 고민해야만 하는 소규모 학교에 불과했다. 그러나 학교 바로 뒤에 심어져 있는 모과나무가 이 학교 상황을 바꿔놨다.
2009년 3월 부임한 문병우(55) 교장은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동문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동문을 감동시킬 묘안을 찾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문 교장의 눈에 학교 바로 뒤 황매산 자락에 자생하는 모과나무 20여 그루가 들어왔다.
2010년 가을 문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모과 열매를 따 직접 모과차를 담갔다.
정성껏 만든 모과차를 병에 담아 그해 연말 서울·부산·대구지역에서 열렸던 지역동문회 송년 모임에 가져가 호소했다.
그는 모교를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며, 아이들이 입학하고 싶은 학교로 만들려면 장학재단이 필요한데 선배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수백 병이 팔려 나갔고 몇몇 동문에게는 택배로 보내줬다. 500병을 판매한 결과 재료비를 빼고도 400만원 정도가 남아 장학재단을 설립할 종잣돈이 마련됐다.
모과차 판촉으로 시작된 대병중학교 교직원들의 학교 살리기 의지는 전국의 동문들에게까지 퍼져나가 불과 1년 만에 2억5000만원이 모여 2011년 12월 장학재단이 설립됐다.
동문들은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벌여 최소 1만원부터 형편이 되는 대로 흔쾌히 기금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졸업생 100만원, 입학생 50만원, 재학생 10만원씩 장학금까지 지급했다.
문병우 교장은 “모과차로 시작된 장학재단 덕분에 아이들이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며 동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