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을 알리는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대회(4월8일~12일)에서 남녀 고등부 우승을 같은 학교에서 휩쓸었기 때문이다.
울산 언양고등학교(교장 조주영)가 그 주인공이다. 3학년 정윤한은 최종합계 137타(68-69)로 남고부에서 우승했고, 1학년 이효린은 141타(72-69)로 여고부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대도시지만 골프불모지로 불릴 만큼 골프 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부 운영 학교는 물론 골프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도 거의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2승을 올린 이현주(25·넵스)가 울산 출신이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선수층이 얇다. 바로 이것이 이번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대회 돌풍을 놓고 놀라운 반응을 쏟아내는 이유다.
그러나 언양고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골프 유망주 발굴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언양고는 올해 울산자연과학고에서 인문계로 전환하면서 학교 이름을 변경했다. 골프부는 2005년에 신설, 골프 꿈나무 육성·발굴에 힘을 쏟아왔다. 인문계 고등학교이지만 전교생이 골프와 관련된 직업을 꿈꾸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목표인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그린키퍼와 전문캐디 등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다. 사실상 골프전문학교다.
제주도지사배 남고부 우승을 차지한 정윤한 선수는 “지금까지 출전했던 제주도 대회에서는 계속해서 예선 탈락해 이번 대회도 예선 통과가 목표였다. 바람이나 외부 저항에 대한 징크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그 징크스를 깰 수 있어 너무 기뻤다.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골프기술은 물론 심리적인 면에서도 최고 상태에서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골프장비학 담당교사 박기수씨는 “언양고로 명칭이 바뀐 첫해부터 경사가 일어났다. 8년 간 선수들을 위해 집중 투자했던 결실을 이제야 보는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오전에는 정규 교과과목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운동이나 실기 수업을 한다. 특히 선수들의 장비 점검 및 피팅을 위한 시스템이 완비돼 있어 학생들 개개인의 맞춤클럽 제작도 가능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유다.
정윤한, 이효린 외에도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가 많다. 한 학년 35명 중 특기생은 3~4명에 불과하지만, 학교 수업 대부분이 골프만을 위한 전문교육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유망주 배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기수 선생은 “반드시 선수가 아니더라도 골프와 관련 된 다양한 현장학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다. 언양고 학생들이 장차 한국골프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골프사관학교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