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마트]10대들의 ‘위험한 접속’… 그들만의 놀이터 된 ‘일베’

입력 2013-04-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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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매각설에 운영자 신상정보까지 공개… 역사 왜곡·이념 편향·여성 비하 게시물 넘쳐

보수성향 회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베 회원들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명단에 기재된 개인신상 정보를 추적해 공개하는가 하면 정치인과 연예인은 물론, 일반 누리꾼들마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호남인들을 ‘홍어’로 비하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땅크’라며 찬양하기도 한다.

◇ 일베 운영자 신상까지 터는 일베 10대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문제는 일베 이용자 중 상당수가 10대라는 점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진실이나 이념적 가치판단을 하기엔 너무 어린 이들이 일베의 편향된 게시물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여기고, 그릇된 역사관과 이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베 회원들의 저돌성에는 일베 운영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일베 운영자는 그의 아이디인‘새부’로 부른다.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그의 신상정보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운영하는 일베 회원들에 의해 하나둘 만천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일베가 매각된다는 소식을 접한 회원들은 새부의 ‘신상털기’에 나섰고, 현직 의사로 모 병원에 근무 중인 박모씨로 알려진 운영자의 개인정보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일베회원들의 ‘신상털기’가 유명세를 떨친 지는 오래다. 일베게시판 이용자를 일컫는 ‘게이(게시판이용자)’들은 일반 누리꾼부터 상당 수준의 해킹능력을 보유한 회원까지 다양하다. 아이디와 이메일을 수집하고, 게시판 등에 남겨진 컴퓨터 접속기록을 추적하는 IP추적방법 등을 통해 목표한 ‘타깃’을 공격, 개인정보를 수집해 공개한다.

◇ 갈수록 심해지는 폭력성과 음란성, 일베는 10대들의 해방구인가

‘신상털기’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온라인상 폭력성이 현실 범죄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제 모 인터넷쇼핑몰 운영자는 일베회원들에게 개인정보가 공개되는가 하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댓글과 사진합성으로 심각한 폭력을 당했다.

일베는 보수적 정치 성향을 마음껏 유머로 표출하는 사이트로 자리잡았지만, 과도한 폭력성 때문에 일베저장소가 아닌 ‘일베휴지통’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또 일베회원들을 벌레에 비교, ‘일베충’이라 부르는 누리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사이트’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게이’사용자들은 연령과 지역, 학력, 직업 등에서 다양하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게이’ 학력인증에는 국내 유명대학뿐 아니라 해외 하버드·케임브리지·베이징대 등 재학생이 줄줄이 참여,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학력인증은 ‘직업인증’으로 이어져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 나사(NASA) 연구원·의사·약사·애널리스트·교수 등 다양한 고소득 직종 종사자들이 자신의 신분증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는 10대 회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위안부 할머니를 ’원정녀?’충격적인 그들의 폭력성

특히 최근 발생한 어나니머스의 ‘우리민족끼리’ 해킹 사건의 경우 이를 주도한 해커가 중학교 3학년 일베 회원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들이 보인 극단적 행동들이 일베를 통한 학습효과가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우민끼’ 해킹 후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회원가입 명단을 공개하는가 하면, 해킹한 북한 사이트에 김정은을 돼지로 표현한 사진을 올리는 등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했다.

여성 비하가 일상화된 일베는 특성상 성별로는 남성 이용자가 절대 다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게이’ 대다수는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부르며 심한 욕설과 성적 폭력이 포함된 게시물들을 소비하고 있다.

일베는 여성 비하뿐 아니라 독설로도 유명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는 일본으로 성매매 원정을 갔다는 의미의 ‘원정녀’라며 비하하고 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운지’라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있다.

특히 일부 ‘게이’들은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과의 수간 인증사진, 이건희 삼성 회장 손녀 강간 모의, 장애아동 성추행 경험담 등을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수 누리꾼들은 방통위에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 의학과 이영식 교수는 “신상털기 같은 행동은 평소 자신이 그 사건에 가지고 있던 분노감 등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쾌감을 얻고 또다시 게시물을 올리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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