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기도 화성 소재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인 ‘두성테크’ 회의실을 찾은 개성공단 입주 대표 5명의 표정은 침통했다.
이날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을 포함해 김종국 경기지방청장, 김문환 판로정책과장, 최재한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등이 개성공단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논하기 위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만났다.
개성공단 조업 중단 나흘째, 입주기업 대표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납기 차질 심각… 대체 생산도 어려워= 개성공단 입주 대표들의 경영난은 유사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거래처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
배해동 태성산업 대표는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에서 차질이 생겼다. 원래 배로 물건을 선적하면 납기를 맞출 수 없고 비행기 운송은 판매이익보다 비용이 더 나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5년 개성공단에 입성하며 수출의 탑까지 수상할 만큼 성장한 태성산업이지만 이번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인한 타격은 피하지 못했다.
배 대표는 “납기일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바이어들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라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오는 17일이나 20일 정도에 풀리면 어느 정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만약 5월 초까지 미뤄진다면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상품으로 계절을 많이 타는 의류업체 사정은 더 급박했다.
의류업체 N사를 운영하는 L대표는 “의류는 시즌을 놓치면 완전 재고”라며 “바이어들에게 직접적인 영업손실이 가기 때문에 이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L대표는 “계약 물량을 남측에서라도 대체 생산을 해야하는데 그에 따른 비용이 상승한다”며 “남측 인건비를 감안한다면 원가가 두배로 뛴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에버그린 대표도 “단기적으로 보면 4월 말이나 5월 초까지는 현 상황을 견딜 수 있지만 한 달, 두 달 더 늦춰지면 감당이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대안을 찾을 지 (개성공단 정상화를) 더 기다려볼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 필요한 금융지원보다 이자감면·상환지연 조치 절실= 이들은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보다는 대출금리 감면이나 상환 지연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병기 비케이전자 대표는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빛 만 더 늘린다는 느낌이었다”며 “이자감면을 해주던가, 개성공단 때문에 대출받은 것을 저금리로 대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의류업체 L대표는 “현재 개성공단 투자를 위해 시중은행 또는 정부보증기관에 보증받았던 것이 조업이 중단된 지금도 3개월 단위로 상환되고 있다”며 “정부가 (은행에게) 강제적 조치를 할 수 없겠지만 시중은행에 권고라도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 중 96곳이 가입한 경협보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L대표는 “한 달 이상 조업이 중단되면 경협보험이 작동될 수 있으나 보험을 받으면 개성하고는 완전 끝나는 것”이라며 “한 달이 지나더라도 현실적으로 보험을 신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정화 중기청장은 “경협보험에 가입한 것이 손실을 만회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입주 대표들은 “남측이나 북측 모두 개성공단이 앞으로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특구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기 보다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남·북 모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중기청장은 “개성공단은 민족통일 문제도 걸려있는 곳”이라며 “지금은 공단 폐쇄가 아닌 제2, 제3의 공단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남·북한 경협을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하자”고 입주 대표들을 위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