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테마주는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말과 1988년초 시장을 강타했던 테마주다. 거의 모든 테마가 그렇듯 이른바 ‘만리장성 테마주’의 시작 역시 황당하고 유머러스하다.
중국정부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키로 했다는 소식이 도화선이 됐다. 대한알루미늄(2001년 3월 상장폐지), 태화(1999년 5월 상장폐지), 삼립식품, 한독약품 등이 ‘만리장성 4인방’으로 불리면서 급등세를 연출했다.
대한알루미늄은 바람막이 설치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 새시를 전량 납품키로 했다는 소문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급등했다. 당시 검정고무신을 생산하던 태화는 공사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의 신발을 전량 납품하게 됐다는 풍문, 삼립식품은 노동자들의 간식으로 쓰일 호빵을 제공할 것이란 소문에 상승세를 탔다.
한독약품의 소문은 더 황당한데 노동자들이 간식으로 먹은 호빵이 체할 경우 소화제 ‘훼스탈’이 공급될 것이란 루머덕에 관련 테마주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보면 믿기 어려운, 단순 헤프닝으로 보이지만 당시 관련 테마주는 증시에서 꽤 오랫동안 강력하게 작용했다.
‘만리장성 4인방’과 함께 당시 건설주들이 동반 급등을 했는데 건설화학과 건설증권이 ‘건설’이라는 종목명 덕에 함께 상한가 행진을 벌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관련 테마들은 이후 모두 허위로 밝혀지면서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국내 주식시장의 전무후무한 만리장성 테마주 대한알루미늄은 2001년 3월, 태화는 1999년 5월에 각각 상장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