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군림하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이 이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도시재정비 사업마저 인기가 형편없다. 큰 돈을 들여 새집을 지어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커녕 분담금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만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아우성이고 재건축 사업은 새집을 지을 건설사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수익성 저하로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에서 발을 빼고 뉴타운 투자자들은 반토막 난 지분가격에 고통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와 중앙정부 등 당국은 매몰비용 문제로 대립하는 등 사태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이 발표된 이후 서울시내 뉴타운·재개발 정비(예정)구역 중 추진주체가 없는 구역(163곳) 가운데 주민 의견청취를 한 곳은 14곳이며, 이 가운데 8곳이 사업해제를 결정했다. 특히 의견청취 등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정비구역이 222곳에 달해 향후 해제수순을 밟는 구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매몰비용 대한 처리다. 해제구역에 대한 매몰비용 산정 자체가 어려운 데다 조합 단계 사업장에서는 한 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매몰비용 지원에 대해서도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실제 서승한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뉴타운 매물비용에 관해 중앙정부가 이를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당장 획기적인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시장 출구전략을 조속히 내놓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 자체가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장재현 부동산 뱅크 팀장은 “진퇴양난에 빠진 도심 재정비사업부터 해결해야 시장 정상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의존적인 기존의 도시정비 방식을 공공성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시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큰 걸림돌인 매물비용 문제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