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피터센 포드사 사장은 질문귀신이라 불릴 정도로 질문의 달인이었다. 심각한 매출 부진 앞에서 그는 "왜 매출이 늘지 않는 거지?" 대신 디자이너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자네는 본인이 디자인한 자동차를 좋아하나? 아니라면 자네가 타보고 싶은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이 촌철살인의 질문은 회사의 사운을 바꾼 명언이 되었다.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직업이 있는데 바로 코치라는 직업이다. 코치란 전문적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쓰는 언어로부터 좋은 질문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코칭 질문을 모두 모아보니 네가지 범주로 대별되는데 이를 모델화한 것이 코칭대화 프로세스 G·R·O·W(Goal-Reality-Option-Will)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을 파악하여 갭을 발견하고 옵션을 찾아 실행안을 도출하는 과정은 일반적 문제 해결과정과 논리적 흐름이 대동소이하나 진술이 아닌, 질문을 통해 본인의 자각과 책임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코칭 세션중에 대기업의 한 여성 임원이 운동 부족을 주제로 내놓았다. 격무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운동 부족은 공통 이슈이나, 그 임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개별적 호기심을 갖고 G·R·O·W를 적용해 보았다.
"운동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세요? 운동하는 게 어떤 점에서 중요하세요? 운동을 하면 삶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목표의 중요성과 의미에 관해 묻자 그는 "저녁 늦게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아이들을 돌봐주기는 커녕 신경질만 낸 뒤 후회하고 회사에 나갈 의욕마저 떨어집니다. 정작 중요한 가족들에게 못 해주는 내 자신에 회의가 듭니다"고 답했다. 그를 짓누른 것은 운동부족 자체가 아니라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목표는 운동이 아니라 가족들과의 사랑을 나누는 일이었다. "짧아도 좋으니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가족간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게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명료해졌다. G단계는 목표에 대해 더욱 강력한 동기를 발견하게 하여 뜨거운 가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작심삼일의 많은 경우는 G단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운동을 가로막습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에게 운동시간을 허락하지 못합니다. 운동하자니 가족이 울고 가족을 돌보자니 내 몸이 우네요." 그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과 가족을 돌보는 것에서 상충을 느끼며, 선택에 괴로움을 느꼈다.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시는 것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까?" "…………" 긴 침묵 후 그는 "당장은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내가 살아나야 가족에게도 더 잘해줄 수 있겠네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합니다"고 답했다. R은 객관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가정, 전제, 현실 등을 냉철한 이성을 통해 살펴보는 단계이다.
"그러면 뭐가 바뀌어야 합니까?" " 운동에 쏟는 시간을 비용이 아닌 가족을 위한 투자로 봐야겠어요.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아, 가족과 같이 운동을 하는 것이죠. 왜 제가 그 생각을 못했지요?" 스스로 찾은 해법에 만족하며 실행 의지를 불사른다.
이제 실행안은 나왔으니 실행환경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언제부터 하시겠습니까?" "일주일에 몇 번 하시겠습니까?" "남편에게는 어떤 도움을 요청할 건데요?" 등에 답을 하며 그는 목표에 이미 한 발 다가와 있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라고 16세기에 이미 갈릴레오가 말했듯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상사가 준 지시나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일구어낸 인식이다. 질문은 정보나 기성의 해답을 자신의 문제로 연결시켜주는 좋은 방법이다. 삶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셀프코칭이 필요하다면, 자녀의 숨은 열정을 깨우는 코치형 부모가 되고 싶다면, 직원의 역량을 키우는 코치형 리더가 되고 싶다면 질문을 활용하자. 정보를 캐는 질문보다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질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