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7%에서 4.2%로 0.5%포인트 하락했다. 2월에는 미국에서 5만2000대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2% 성장에 그쳤다.
반면 일본차업체의 성장은 가파르다. 특히 일본에서 미국으로의 완성차 수출 규모가 가장 큰 토요타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토요타는 2월 판매량이 4.3% 늘어나는 등 올 들어 2월 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4% 급증했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희비가 엇갈림은 ‘원고-엔저’가 배경이다. 지난해 평균 112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108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 행보는 반대다. 지난해 평균 79.8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96엔대까지 올랐다.
양진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엔저를 활용한 일본업체의 공세가 확대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완성차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완성차 수출 중 북미지역 비중은 33.4%이고 같은 기간 토요타는 42.2%다. 가격 경쟁력이 역전될 경우 현대차의 자동차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100엔 당 원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수출액은 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현지생산을 늘리는 공격경영보다는 품질 개선을 우선하기로 했다. ‘원고-엔저’를 현지생산 확대로 돌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소형차 판매를 강화해 베스트셀러 모델인 엑센트, 아반떼를 비롯 i시리즈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는 올해 사업전략을 밝혔다. 고급차보다는 소형차 위주의 성장을 통해 올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토요타는 엔저로 자국 생산비중이 높은 고급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수혜가 예상된다. 때문에 토요타가 양적·질적성장을 챙길 동안 현대차는 양적성장에만 치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