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브란덴부르크 주 트로이엔브라이첸시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마을’ 펠트하임(Feldheim). 세차게 내리는 눈발에도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펠트하임은 45가구, 145명이 거주하는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마을로 두각을 보이며 지난해의 경우 연간 관광객 3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의 주 발전설비는 풍력과 태양광이다. 특히 풍력의 경우 총 43개의 터빈을 통해 74.1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마을의 주 에너지원이다.
펠트하임의 마을대표인 지그프리드 카퍼트(Sigfried Kappert)씨는 마을 인근의 한 풍력발전기 앞에서 “1994년부터 신재생마을로서 시작해 최근까지 급진적인 발전을 해왔다”며 “풍력, 바이오가스, 바이오매스 등 설비에 정부 지원을 약 50%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퍼트씨에 따르면 보통 풍력발전기 1기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은 250만~270만유로 정도지만 펠트하임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아 거의 반값에 설비를 설치할 수 있었다는 것. 다만 태양광 설비는 현재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도 타 지역보다 약 40% 정도 저렴하다. 마을 주민들도 ‘신재생에너지’란 에너지원의 특징보다 다른 지역보다 전기요금이 싼 것에 대해 더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카퍼트씨는 “다른 지역의 전기요금이 25센트라면 이곳은 16.6센트로 다소 저렴한 수준”이라며 “전기생산과 함께 난방 등을 위해 바이오매스와 바이오가스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트하임이 신재생 마을로 조성된 것은 지역전력회사인 에너지크벨레의 투자가 시초가 됐다. 크벨레는 과거 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적합한 지역을 찾다가 펠트하임을 선택, 마을주민들의 땅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했다.
카퍼트씨는 “당시 마을 주민들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해 크벨레의 제안을 적극 환영했다”며 “신재생에너지라는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펠트하임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받고 있는 것도 크벨레의 혜택 덕분이다. 독일은 국민들이 수많은 민영 전력회사들의 요금을 비교해 선택,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크벨레는 펠트하임 주민들에게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이외에도 펠트하임 주민들은 크벨레로부터 부지 임대료 보상도 받고 있다.
펠트하임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집중됐던 미디어의 관심이 컸다.
카퍼트씨는 “크벨레가 풍력단지 조성을 제의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100% 찬성했던 것이 이슈가 돼 유명해졌다”면서 “이후 2008년부터 방문객들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었다. 지난해 불편한 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이 같은 날 펠트하임에 모여 프리젠테이션을 들었던 것. 카퍼트씨는 당시 시간 관계상 미국과 북한 관계자들에게 한 방에 불러들여 프리젠테이션 하기를 제안했고 양측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마을회관에서 나온 카퍼트씨는 마을 내 설치돼 있는 태양광 설비를 소개했다. 마을 전체의 태양광 설비 용량은 8kW로 풍력에 비해선 미미하다. 이날 눈이 와서 태양광 설비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 못했다. 이는 신재생 발전의 한계이기도 하다.
카퍼트씨는 “마을 밖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 '솔라파크'란 이름으로 태양광 설비를 조성해놨다”면서 “태양을 따라 패널이 움직이는 방식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풍력 발전과 관련한 소음 등 부작용에 관련해선 “우리 마을은 생업이 농업인데 영향을 끼친 적은 없다. 다만 설비로 인해 논 면적이 달라진 것은 있다”며 “과거 이 마을엔 러시아 탱크부대에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겠느냐”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