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나갈 때마다 많게는 1억원 이상의 세금을 사용하면서 비용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예산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유성 출장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매년 70~80억원 가량의 여비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르면 국회의원 1인당 출장비는 연 2373만원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같은 선출직 공무원인 지방의원들의 1년 해외연수·출장비가 180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13배나 많은 금액이다.
15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최근 4년간(2009~2012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해외방문 건수는 2009년 57건, 2010년 55건, 2011년 54건, 지난해 38건으로 한 해 평균 51건 정도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은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부의장 2명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이들이 한 번 출장에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4000만원 수준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000대 기업 직장인의 첫 연봉(3352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가운데 한 번 출장에 5000만원 이상의 거액을 사용하고 돌아오는 사례도 2009년 14건, 2010년 18건, 2011년 26건, 지난해 12건이나 됐다.
1억원 이상 사용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민주통합당 김효석 의원 등 일행 9명은 2011년 3월 10박11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DC 등을 돌며 1억2783만원을 지출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 등 일행 5명도 같은 해 4월 5박6일 동안 파나마를 방문해 1억712만원을 썼다.
새누리당 이경재, 민주통합당 최영희 의원 등 일행 9명도 2012년 4월7일까지 9박10일간 제126차 IPU(국제의원연맹) 춘계 총회 참석을 목적으로 우간다 캄팔라를 방문해 1억769만원을 사용했다.
큰 문제는 출장을 다녀온 의원 측에서 여비 사용 영수증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바람에 실제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여도 바로잡기 힘들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 보좌관은 “1등석 항공료를 비즈니스석으로 다운시키고, 여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감시하는 기관이 전무한데다 국회 내에서도 그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출장비뿐 아니라 토론회 등 모든 비용에 대해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는 건 언론과 여론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