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극중 동희(이민기)처럼 수백 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연애를 하고 “헤어지자”는 한 마디로 남이 되고 말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대사 한 줄, 눈빛, 표정, 몸짓 하나 하나 ‘리얼’에 충실했다.
헤어진 다음 날 힘들어 했을 것이고, 이유 없이 감정을 과장해봤을 것이다. 헤어진 연인의 미니홈피를 얼쩡거리기도 해봤을 것이며 상대의 근황에 촉각을 세웠을 것이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다고 했나?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애썼을 것이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거리를 하릴 없이 걸으며 방황했을 것이다. 헤어진 이유, 나를 놓아버린 상대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을 때쯤이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을 것이고, 재회에 대한 기대를 갖기도 했을 것이다.
영화가 리얼을 추구함에 때라 김민희, 이민기라는 핫스타는 도시적 이미지를 하나씩 벗고 헤어진 남녀의 찌질함만 남겼다. 두 배우는 각자 각자를 떼 놓고 보면 그야말로 모델포스 팍팍 풍기는 도도 남녀지만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찌질 할 수밖에 없는 사고뭉치로 그려낸 것이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도 아쉬울 것 없는 도도녀일 것 같은 김민희는 동희에게 걸려온 어린 여자 친구의 전화를 모른 척 하며 결혼으로 두 사람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지극히 순정파적인 모습을 보인다.
헤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영이 본사 차장과 하룻밤의 사고를 친 이후다. 워크숍을 떠난 동희는 회사 동료로부터 본사 직원이 영과 잠자리를 가진 이야기를 떠들고 다닌 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워크숍에서 좌충우돌하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다시 연인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여기부터 다시 발생한다. 처음 헤어진 이유로 다시 헤어지지 않기 위해 참고, 숨기고, 조심하던 두 사람의 감정은 예전 같지 않다. 결국 헤어진 연인의 97%는 처음 헤어진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법칙 안에 갇히고 마는 두 사람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시종일관 무릎을 탁탁 칠 수 밖에 없는 소소한 공감에서 온다. 여기에 직장 동료들의 추임새는 폭소를 준다. 누군가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라고 묻는다면 “‘연애의 온도’”라고 답할 지모를 일이다. 묵직한 의미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재미만큼은 있는 영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