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서두르는 코넥스, 곳곳에 '구멍'

입력 2013-03-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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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전용주식시장(KONEX·코넥스)이 상반기 중 개설을 목표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성공여부에 관련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높은 관심만큼 이에 대한 우려 역시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 회의를 통해 코스닥 상장규정과 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히며 코넥스 시장의 본격 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실 코넥스는 지난해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법적인 문제 등으로 미뤄져오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도입이 확실시 됐다. 이에 실무를 맡고 있는 거래소 역시 지난 12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개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 중소기업은 1만3000여 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창업 초기 기업에 특화된 투자인 벤처·엔젤 투자를 받고 있는 1000~2000여 개 기업들이 상장 대상이 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고 이 중 올해 50여개사가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진입요건이 △외부감사인 감사의견 적정 △지정자문인 지정 △최소한의 재무요건 등으로 단순하다는 점에서 상당수 창업 기업들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무공시 사항이 코스탁 상장기업의 절반 수준인 29개에 불과해 수시 공시 부담이 작다는 점도 창업 초기 기업으로선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처럼 문턱을 대폭 낮추며 시장 혼탁 등 각종 우려 역시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투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의 공시제도 역시 허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보다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코넥스 상장사들에 대한 공시의무마저 줄일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 신사업팀 관계자는 “코넥스 개장을 추진하면서 수시공시 항목을 줄이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공시부담 완화에 대한 전제가 코넥스는 시장참가자가 기관 등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공시를 줄여도 일반 투자자도 대거 참여하는 코스피나 코스닥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막기위해 기본예탁금 3억원 이하 투자자들의 코넥스시장 거래를 막기로 했다. 따라서 증권사, 보험사 등 전문투자자들만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3억원은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 5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투자 위험에 대한 투자자의 보호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중소기업청,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또한 코넥스 제도가 자랑하는 지정자문인제도 역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정자문인이 사실상 코넥스 상장 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자문인으로부터 낙점받기 위한 기업들의 로비가 상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기업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들의 책임 여부도 아직 명확치 않다.

뿐만 아니라 지난 12일 열린 설명회에서 주가급등에 의한 투자경고 등 감리제도 역시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어 보완책 없이 출범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 타겟으로 삼고있는 전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과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넥스 설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아직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도 운용담당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도 주로 상위 종목 위주로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코넥스 시장에 크게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코넥스 시장 출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맞아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개설에만 초점을 맞춰서 속도를 낼 경우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제2의 프리보드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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