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종교인 소득 과세 문제가 17일 발표된 ‘세법시행령 개정안’에서 빠졌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고 밝혀 다음 정권에 공을 넘겼다.
김형돈 기재부 조세정책관 이날 ‘세법시행령 개정안’ 발표에서 “종교인 소득 과세 방침은 확정했지만 소규모 종교시설의 납세를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준비와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협의와 과세 기술상 방법·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종교인 소득세 과세가 불발되면서 시간상으로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종교인 과세 방침이 포함되지 못한 것은 종교계와 청와대의 반대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가 정권 이양기에 현 정부와 차기 정부에 부담될 수 있는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직자를 근로자로 규정해 소득세를 물리는 데 대한 종교계의 반발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세수효과는 크지 않지만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의 원칙에서다. 박재완 장관도 지난해 초 관련 논란에 불을 지핀 후 지난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때도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재부의 소득세법 3대 입법과제 가운데 종교인 과세를 포함하기도 했다.
종교인 과세를 시작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종교계와의 협의도 진전을 이뤘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 이전까지는 과세준비를 위한 사전 협상으로 종교계 인사·단체들과 만났고 종교계의 반대도 상당 부분 누그러져 많은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동안 국민의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돼 국민의 65%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입장은 신중을 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결국 종교인 과세방안은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발표가 임박해서까지도 과세방법, 시기, 세율 등 어느 하나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고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에서도 빠졌다. 연말 국회 세법심의에 착수한 이후부터는 종교계와의 협의도 끊겨 더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종교인 과세문제는 현 정부에서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 박근혜 정부에 공을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