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여름, ‘인간과 야생의 대결’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 베어 그릴스가 다양한 방법으로 나무를 오르고, 암벽을 타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봤다. 언젠가 위기의 상황이 오면 그런 기술들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때마침 구청의 암벽등반 무료 교육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암벽등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10m만 올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짜릿함을 맛본 이후로는 높은 곳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추락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추락의 두려움을 극복한다고 하기보단 즐기면서 등반을 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추락의 두려움이 있어야 고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느낄 수 있다.
암벽등반에 대한 준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전 지식은 실전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 등반 초기에는 응봉산 암벽공원, 대치 유수지 공원 등과 같은 곳에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암벽을 타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극한의 집중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한 쪽 손으로 체중을 견디며 다음 홀더를 잡기 위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집중하는 그 순간,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회전하는 두뇌와 신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상태에 도달하면 모든 번뇌와 잡념들이 사라진다. 오직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암벽등반이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많은 점이 달라졌다. 일단 균형 잡힌 몸을 갖게 됐다. 살이 찌지도 너무 야위지도 않은 탄탄한 몸이 저절로 생겼다. 또 평소에 신경쓰지 않았던 땅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암벽에 매달려 손과 발로 지탱하다 보니, 평소 무심코 생각했던 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곁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힘든 등반 끝에 정상을 오른 그 성취감으로 얻은 자신감은 일상까지 전파돼 활력 있는 사회생활과 업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나에게 암벽등반은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내 인생관까지 바꾼 하나의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