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부회장 승진은 지난해 초부터 예상되었지만, 대선정국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반 재벌 정서가 강하게 부상하면서 승진시기를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재용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과감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광폭행보로 삼성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의 무대는 국내보다는 해외다. 발로 뛰는 현장경영의 최전선에서 미래의 삼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BMW·GM·도요타·폭스바겐·포드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와 회장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는 삼성의 주력 아이템인 반도체, 2차전지, AMOLED(능동형발광다이오드) 등을 자동차용 전자부품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그는 지난해 5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그룹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작년 하반기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과 함께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북미지역 주요 통신사들을 잇달아 방문, 갤럭시폰 히트를 물밑에서 지원해 왔다. 더불어 세계 최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및 아메리카모빌 회장과는 지난해 두 차례나 회동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3일에도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가전연구소를 방문해 현지 연구소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재계는 그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첫 해인 올해, 더 큰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삼성은 후속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도울 이상훈·이인용 사장 등 측근들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도 대폭 보강했다. 모든 것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위한 포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투톱 체제를 이루게 된다. 이 부회장도 그간 맡아왔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넘어 대외적인 협력 및 조율, 전사 전략 수립 등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에 더욱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오를 경우, 권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공동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2013년이 이재용의 한 해가 될지, 재계의 관심은 온통 그에게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