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밝힌 ‘백의종군’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안 전 후보는 지난 23일 후보 사퇴를 발표한 이후 4일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그의 잠행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를 선언한 이상 확실한 캐스팅보트 역을 맡게 된 이번 대선 구도를 자신의 정치 역정에 최대한 이롭게 이끌지 않겠느냐는 정치공학적 해석 때문이다. 그의 행보에 따라 초박빙 상태인 이번 대선 구도가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안 캠프 한 관계자는 27일 “안 전 후보가 조만간 문재인 후보를 만나 지원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어떤 식으로 지원하느냐에 따라 부동층이 된 안 전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의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문 후보 측에 합류하거나 함께 유세를 하는 등의 적극적 행보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이미 새정치 공동선언에 합의했고 경제·복지·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협의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식 정치’의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 후보 캠프 측은 당초 이날 캠프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돌연 연기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해단식 후 안 전 후보와 문 후보의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 또한 물건너 간 것으로 점쳐진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해단식이 취소됐기 때문에 오늘 (두 분이) 만나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전 후보 측에서 내부 논의가 먼저 이뤄진 후에 만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 캠프의 해단식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문 후보와의 회동도 이르면 이번 주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 후보 측이 안 전 후보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갖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자칫 감정의 골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지원하지 않으면 반역자라는 식으로 몰아갈 경우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