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기업 환경은 점차 나빠질 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이같이 대답한 주한 외국인 기업 비율은 72%를 기록했다. 기업환경 악화를 우려한 답변이 3분의 2를 넘어선 것이다. 이 조사는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 법인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한국의 기업 정책에서 반기업 정책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의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환경 경쟁력은 중국 등 다른 투자 대상국에 비해서 부정적(34.7%)이란 대답이 긍정적(22.0%)이란 대답보다 많았다. 또 조사 대상자의 55.3%는 최근의 기업정책이 한국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축소를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의 한국 기업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대통령 선거 정국과 연관이 있다.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은 재벌개혁 정책을 내놨다. 대부분의 정책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몸집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한국 기업들이 유례없는 반기업 정서에 맞닥뜨리고 있다”며 “저성장과 소득 격차에 분노하는 대중에게 재벌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정치권에게는 표를 위한 규제 대상으로, 대중에게는 분노가 향할 타깃으로 활용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선거 때마다, 또는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에게 들이대는 칼이 유독 날카로워지는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빠른 산업화를 통해 압축 성장하다 보니 기업이 정부의 특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기업을 윽박지르기도 구슬리기도 했다. 또 지난 외환위기 때는 무능력한 정부 책임론이란 중량이 더 컸다면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업의 탐욕 때문이란 논리가 힘을 얻었다. 경우에 따라 기업은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기도 하고, 위기의 진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블룸버그의 최근 칼럼은 한국에서의 기업이 가지는 미묘한 위치를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재벌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동시에 그들의 성공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봤다. 재벌을 싫어하면서도 가족이 대기업에 입사하면 좋아한다는 것.
이 때문에 국내 정치권의 대기업 규제 정책은 결국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외국계 리서치센터인 CLSA(크레디리요네)의 숀 코크란 한국 수석연구원은 “대기업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 정책은 실제적인 제약과 한국 경제에서의 재벌의 중요성 때문에 정책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