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현대로템에게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 입찰의 문을 활짝 열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브라질 방문과 때를 맞춘 것이어서 관심이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브라질 정부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요구 조건을 당초 10년에서 5년 이상의 실적을 가진 곳으로 대폭 완화, 현대로템에게 입찰 기회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캄파나스 등 511km 구간을 잇는 브라질의 고속철도 사업은 사업비 규모만 약 164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현재 승용차나 버스로 약 6시간이 걸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상파울루까지의 거리를 시속 280km의 속도로 80분만에 주파하게 된다.
그간 브라질 정부는 고속철도 건설 실적이 10년 이상 있고 사고 경험도 없는 기업에게만 입찰 참여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8년 반의 실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현대로템은 브라질 측에 입찰 자격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기준이 완화되면서 현대로템은 브라질 고속철도 수주전에 본격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입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프랑스의 알스톰,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이, 스페인 CAF 등으로 이들은 현대로템과 치열한 수주 경쟁에 임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브라질 교통부 산하 인프라 전담 기구인 기획물류공사(EPL)의 베르나르도 피게이레도 사장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좋고 사고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그런 중요한 업체를 입찰에서 배제시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입찰 자격 완화는 정몽구 회장의 브라질 방문에 맞춰 안겨준 브라질 정부의 선물로 해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달 9일 예정된 브라질 상파울루 삐라시까바시에 위치한 현대차 브라질공장 준공식을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일 출국했다.
상파울루 삐라시까바 시에 위치한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현대차의 남미지역 첫 번째 완성차 공장으로, 2010년 10월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들어간 뒤 약 25개월 만인 9일 준공식 행사를 갖게 된다. 준공식에는 현지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10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준공식에서 본격적인 브라질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현지 시장 다지기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15만대 체제를 갖추고 이를 통해 현재 7~8위권인 브라질 시장서 추후 4~5위권까지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브라질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 현대차그룹에게 브라질 정부는 하나의 기회를 더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