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논현동 소형 오피스 빌딩(2003년 96억 매입) 건물주인 강모(50)씨는 요새 밤잠을 설친다. 최근 3층과 4층 공실이 수개월째 지속되자 당초 265만원이던 임대료를 240만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입점하겠다는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층에 병원, IT(정보기술), 일반 사업체 등도 대부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짐을 싼지 오래다. 강 씨는 “일대 빌딩값이 바닥이라고 보고 20억원을 대출받아 빌딩을 산 게 화근이 됐다”며 “팔아야 하는데, 공실이 많아 팔릴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에서 ‘속이 텅 빈’ 오피스 빌딩이 크게 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3.3㎡ 7만~15만원에 이르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입주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주거·업무 겸용 소규모 오피스들의 공급량도 늘고 있는 것도 오피스 공실률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30일 FR인베스트먼트 등 부동산 정보업체와 오피스 빌딩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권 오피스의 공실률은 지난 2010년 6%대에서 2012년 8%대까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약 2% 정도 상승한 셈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지난 2010년 판교 테크노벨리의 입주 시작이 공실률 상승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며 “특히 대형 보다는 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공실률이 크게 오른 것은 장기 불황속에서도 임대료가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권 대로변 기준 평균 사무실 임대료는 3.3㎡당 6만~7만원이다. 하지만 테헤란로 등 요지의 경우 10만~15만원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 165㎡짜리 사무실이면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3.3㎡당 3만원대에 이르는 관리비까지 더하면 5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불황에도 임대료를 낮추는 건물주를 찾기 힘들다보니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중견업체들이 강남권을 이탈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나 구로 가산 디지털단지의 경우 강남의 반값에 임대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며 “그런 지역은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강남에서 강북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사무실을 이전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르노삼성 서비스센터, 롯데카드, 동부하이텍, 넥슨네트웍스, 벤츠코리아 등 테헤란로에 둥지를 틀었던 기업들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사들도 최근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