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박근혜, 민주통합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최우선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하지만 대부분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소요예산 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재원조달방안도 부실했다. 내용면에서도 후보별로 비슷비슷해 차별성 역시 떨어졌다. 公約이 空約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장밋빛 청사진만… 국민 혼란만 부추겨 =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그럴싸하게 포장됐지만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아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각 후보 측의 불성실한 자료제출로 인한 선관위의 불만은 차치하더라도 유권자 입장에서도 후보들의 정확한 정책과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후보 선택에 있어 혼선이 우려된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강화, 중소기업 육성방안 등 이미 언론에 발표한 내용조차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아 ‘1번 공약’임을 무색케 했다.
선관위가 박 후보 측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공약에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이라는 목표만 세웠을 뿐 단 한 가지 구체적 정책도 언급하지 않았고, 이행절차와 기간에 대한 내용도 모두 빠졌다.
일자리 창출을 가장 앞세운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에 비하면 자료제출이 비교적 충실했지만 소요재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자리 신설 등을 통해 연간 60만개씩 5년 동안 총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투입될 재원의 규모와 구체적 실천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재원조달방안도 ‘일반회계 및 기금 활용’이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경제민주화 실현방안으로 △재벌개혁 △금융개혁 △민생안정 △노동개혁 등을 담았지만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재원조달방안도 ‘법제도 개선사항 중심’이라고만 적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25일 “공약목표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재원조달 방안도 마찬가지여서 공약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추후 후보별 재협조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서 재차 게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선관위 선정 10대 질의에 엇갈린 후보 입장 = 선관위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소개하면서 일자리·복지 등에 대한 자체 선정한 10가지 분야에 대한 후보들의 찬반 입장도 공개했다.
먼저 세 후보가 모두 찬성(조건부 찬성 포함) 입장을 표명한 부분은 3가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권한 강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등이다.
나머지 분야에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에 견해차가 컸고, 안철수 후보는 사안에 따라 때론 박 후보와, 때론 문 후보와 견해를 같이 했다. 안 후보는 10개 항목 중 절반인 5개 항목에 대해 찬반 대신 ‘기타’ 의견을 달았다.
분야별로 ‘복지재정을 확대해 무상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문항에서 박 후보는 반대, 문 후보는 찬성 입장을 드러냈고, 안 후보는 ‘기타’ 의견을 냈다.
‘19대 국회에서 대통령중임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항목에선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조건부 찬성이었고, 안 후보는 ‘기타’ 의견이었다.
‘일제고사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찬성한 반면 박 후보는 반대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