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 69회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한국에 돌아온 직후 김기덕 감독 말이다. ‘피에타’ 교차상영에 볼멘소리를 하는 듯 보이지만 스크린 독점에 의한 수치 기록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도둑들’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올해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을 했지만 영광 뒤에 씁쓸한 잔상을 남긴다.
20일 ‘광해’가 개봉 38일 만인 20일 누적관객 1004만 1564명으로 올해 2번째, 한국 영화사상 7번째 1000만 관객 동원의 쾌거를 이뤘다. ‘광해’ 1000만 관객 동원의 원동력은 주연배우 이병헌, 류승룡의 호연과 탄탄한 시나리오로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평가 속에 개봉 1주부터 6주까지 박스 오피스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관람 등급 15세 이상 작품으로 추석 연휴 가족단위 관객에 힘입어 1000만 돌파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와 별개로 ‘광해’는 제작에서 투자, 배급으로 이어지는 대기업 계열사의 스크린 독점 비난에 부딪혀 반쪽뿐인 영광을 누릴 수밖에 없다. CJ E&M이 제작하고 자사 계열사인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노골적인 스크린 점유한 탓이다. 9월 13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넘긴 10월 20일까지 38일 동안 700개미만의 스크린 상영 일수는 12일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6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됐으며, 500개 스크린수미만으로 내려간 날은 하루도 없다. 38일 중 7일 동안은 9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점유했으며, 이중 하루는 1000개 스크린을 넘겼다. 이는 전체 1974개 스크린수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심각한 스크린 독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CGV 관계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330관 이상에서 개봉을 시작한 데 반해 ‘광해’는 220개관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개봉한 작은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외화 수입사들은 “주요 상영 시간대는 ‘광해’가 가져갔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30억 원이라는 마케팅 비용, 관객수 증가를 위한 이벤트 난무 등이 1000만 관객 동원의 꼼수로 지적됐다.
소재의 다양성과 작품의 완성도, 배우들의 호연에 의한 한국 영화는 한 해 1억 만 관객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영광에 오점을 남기는 제작, 배급의 수직 계열화와 이에 따른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시도되지 않는 한 끊임없이 거듭될 논란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