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등 국세를 물납(物納)으로 받은 1조원 규모의 상장·비상장 주식이 해마다 대규모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납세자의 편의를 이유로 허용하고 있는 국세 ‘주식 물납’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재정부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총 8곳으로 물납 당시 이들의 주식 시장가격은 1749억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8개 상장사의 주식 시장가격은 676억원(19일 종가기준)으로 떨어져 1073억원의 평가손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재정부가 국세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사 주식은 318개사 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주식의 현재가치는 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 물납으로 받은 주식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이 제도의 구조적인 허점을 오랜 기간 방치했기 때문이다.
국세의 주식 물납이란 납세자가 현금 부족을 이유로 주식, 채권 등으로 세금을 내는 제도를 말한다. 물납된 주식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위탁돼 관리, 매각되고 있으며 매각 금액은 국고에 납입된다.
그러나 재정부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자산관리공사는 물납주식 매도에 대한 관리규정이 아예 없다. 이 바람에 시장 상황과 매각대상 특성에 맞게 ‘손절매’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 결국 국고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물납 당시 받은 주식가 대비 실제 매각가격의 비율은 △2008년 67.1% △2009년 59.8% △2010년 52.5% △2011년 68%로 높은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도 SSCP의 부도로 인해 670억원대의 국고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재정부는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됐다가 지난 18일 최종 부도처리된 SSCP의 주식 217만1448만주를 갖고 있으나 아직 처분하지 못한 상태다. 오정현 SSCP 사장은 2008년 증여세 697억원이 나오자 현금 대신 주식으로 세금을 냈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4년간 주식가격이 상속세로 받았을 때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헐값에도 팔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