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 시위 1주년을 맞은 17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은 다시 시위대의 열기가 고조됐다.
1000여명의 시위대가 소득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가 점령 시위의 부활을 기원하며 1년전 시위의 시발점인 맨해튼 남부 주코티 공원과 인근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향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예고한 대로 이번 시위를 통해 NYSE 점령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차단으로 무산됐다.
경찰은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마경찰을 동원해 이른 아침부터 진입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출입자들을 막았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경찰들은 월가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 월가 근무자나 거주자들만 출입시키는 등 통행을 제한했다.
경찰은 주코티 공원 근처에서 모여 거리행진에 참가한 시위대 100여 명을 체포했다.
낫소와 파인 스트리트에서도 시위대 400여명이 몰려 발을 구르면서 월가 근무자들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경찰의 바리케이드 설치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일부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폭력 사태로 악화하지는 않았다.
캐나다에서도 이날 수도 오타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오타와 점령 시위에 참가한 100여명은 이날 오후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내 연방공원까지 행진했다.
캐나다 점령 시위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17개 도시에서 ‘캐나다 탈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시위대는 오후에 금융가를 향해 거리행진을 펼친 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AP통신은 세계 각국 30여개 도시에서 월가 점령 1주년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3만명 이상이 참여했던 지난해에 비해 규모는 줄었지만 전문가들은 다가올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월가를 점령하라’의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17일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공원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로 출발한 점령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 이외에 다양한 이슈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했다.
당시 월가 시위는 73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상위 1%에 대한 99%의 목소리가 전세계로 퍼지며 경제적 불평등과 빈부격차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금융 회사의 탐욕에 분노한 사람들이 모여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