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미국 영화 한편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 반미시위가 금요 예배가 열린 14일(현지시간)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했다.
시위는 중동권을 벗어나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시위 대상도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다른 서방 국가들로 확대됐다.
이슬람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유혈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단에서는 이날 금요 예배를 마치고 영화 ‘무슬림들의 순진함’에 항의하는 시위대 5000여명이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 진입하려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수도 하르툼 주재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 난입해 건물 일부를 파손하고 독일 대사관에는 불을 질렀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도 이슬람 모욕 영화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정부 청사 공격을 시도하려다 정부군과 부딪히며 시위대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이날 오후 수백명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다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을 당했다.
전날 경찰과 충돌로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한 예멘에서도 반미시위가 가열되고 있다. 시위대는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에서 5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성조기를 태우며 미국 대사의 추방을 촉구했다.
반미시위의 시발점인 이집트에서는 나흘째 시위가 이어졌다.
수백명의 이슬람교도는 금요 예배를 마친 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해 성조기를 찢고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흔들었다. 경찰과 충돌하는 도중 이집트인 1명이 산탄총을 맞고 숨졌다.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에서도 이 영화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시위가 벌어져 4명이 부상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시아 국가들도 시위 행렬에 합류했다.
인구 90%가 이슬람 신자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날 금요 기도를 마친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태운 뒤 미국 대사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350여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코란 구절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미국 대사관 밖에서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인구의 60%가 이슬람 신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여러 이슬람 단체의 대표자 30여명이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에게 영화제작자를 ‘인도에 반한 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동죄’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메모를 전달했다.
이외에도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스리나가르와 아프가니스탄 동부 야라라바드, 파키스탄에서도 라호르 등 몇몇 도시에서 수백명이 참가해 반미 시위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