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창립 40주년을 맞는 보수경영의 대명사 정식품이 확 바꼈다. 정식품은 주력‘베지밀’을 넘어 커피전문점 라떼음료, 콩국수 나아가 샘물 유통까지 손대며 사업을 종횡무진 확장 중 이다. 2010년 12월 손헌수 사장이 정식품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종합 식품기업으로서 도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커피는 이제 시작, 환경 변화에 사업 다각화=4일 서울 회현동 정식품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손 사장의 방 책상 중앙에는 ‘네스카페’보고서가 올라와 있었다. 지난해 10월 정식품이 한국네슬레와 유통·판매대행 협약을 맺은 캔커피에 대한 내용이다. 신(新) 사업에 대한 손 사장의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손 사장은 지난 3월 유통 협약을 맺은 풀무원샘물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 사장은 “커피는 두유 외 전문적인 사업의 첫 시작”이라며 “샘물은 기대치보다 결과가 더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다각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이 손 사장의 견해다.
또다른 손 사장의 새로운 사업은 커피전문점의 두유 라떼다. 이 상품은 지난 4월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에 공급을 시작했고 9월 이디야커피에 들어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업체에 두유를 공급하는 등 단순히 마시는 두유의 공식을 깨고 식품기업으로서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정식품의 콩국수 용‘콩국물’은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에 조리 매대에 진열되며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문화센터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강습에 자연스럽게 소개되면서 부터다. 손 사장은 앞으로 고기 대용으로 두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단백질 소스 등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손 사장은 “정식품은 40년 역사를 통해 두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환경은 변화하고 있다”며 “상품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경영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이 상품을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수입콩을 사용한 두유 대비 가격이 높고 물량 또한 제한되어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태다.
손 사장은 “국내 콩 자급율은 8%에 불과하지만 이 상품을 통해 국내 농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건강지향적인 소비욕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정식품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도 진출한다. 정식품은 이달 중 두유 4종을 중국 상하이 시내 할인점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2조원대에 달하는 중국 시장의 직접 공략이다. 현재 국내 기업 이마트와 외국계 까르푸, 월마트와는 두유 유통을 협의 중에 있는 상태다.
정식품은 1차로 성인 대상 두유 제품을 중국에 시판하고 2차 아기 대상 콩 유아식으로 중국 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유아를 위한 웰빙에 관심 많은 중국 소비자를 타켓으로 삼았다.
특히 손 사장은 지난 6월 15일부터 동월 17일까지 2박 3일간 중국 법인직원 2명, 국내 핵심 임직원 8명과 함께 중국 위례시 식품전시회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답은‘소통’에 있다”=정식품은 경기 불황 가운데 연결기준 2010년 매출 2174억원에서 2011년 2694억원으로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이 비결에 대해 손 사장은 한마디 키워드로 요약했다. “답은‘소통’이다”.
연구원 출신인 손 사장은 전문경영인이 되면서 회사 내부와 대리점 그리고 소비자와의‘소통’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손 사장은 직급별로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전국 13개 영업소를 직접 순회하며 몸으로 뛰었다.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상 소비자와 소통도 주문한 것도 손 사장이다.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고객의 아이디어를 접수 받아 제품명과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정식품의 블로그는 오픈한지 100일만에 일 방문객수 1000명을 돌파했고 트위터 팔로어 수도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6월 15~17일 3일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연 팝업스토어는 2030 여성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손 사장의 작품이다.
손 사장은 “상황을 풀어나가게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회장님과 직원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기업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세상과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