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 수교 20주년 축하공연 내용 중 일부다. 한·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한·중 수교가 20주년을 맞는다. 수교 전까지만 해도 적성국으로 분류됐던 중국은 1992년 8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닫혔던 문이 열리면서 활발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 분야의 발전은 눈부시다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규모는 1992년 대비 약 34.6배 증가하면서 2004년 이후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수교 이후 수출과 수입은 각각 50.6배, 23.2배 증가하면서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수입대상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대중국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2.9%로 동기간 대세계 연평균 수출증가율 11.0% 비해 2배 이상 빠르다. 수교 첫 해인 1992년을 제외하면 19년 연속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번의 금융위기가 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빠르게 회복된 무역관계는 양국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져 깊고 안정된 경제교류를 확인시켜 주었다.
박광희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수교 이후 양국의 정치관계가 개선되면서 양국 무역 발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간 쌍무무역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즉 양국 외교관계의 정상화가 무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 되었고, 양국 경제의 발전, 특히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속 성장과 상호보완적인 양국의 경제구조가 협력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10년 후에는 현재 3000억 달러 규모인 양국간 무역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년과 같이 정치경제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교류협력이 확장·심화된다면 양국 무역규모는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리우 류이 중국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교수)은 “외삽법과 ARIMA모형을 활용해 10년 후 양국의 무역총액이 1조3000억~1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예측결과를 도출해 냈다”면서 “비교적 간단한 추세외삽법이지만 1조 달러 돌파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교류가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한국은 중국내 급격한 비용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한편 중국은 심각한 무역불균형이 최대 고민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토지 자원, 느슨한 정책 환경을 이용해 단기간에 국제무역의 중요한 일원이 되었고 ‘세계의 공장’이란 명성을 얻었다. 중국의 이웃국가로 유사한 발전노선을 걷는 한국 기업들은 이같은 중국의 저비용 자원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상황은 바뀌었다. 중국의 도시화로 노동비용이 상승했고 노동력 공급은 20년 전만큼 충분하지 않다. 또 중국 경제발전 방식의 변화도 노동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중국은 전통적인 수출지향형 방식의 한계성과 내수 소비에 의한 성장성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산업화가 중후기로 들어서면서 환경비용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이용하려는 한국의 수출지향기업은 심각한 생존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의 경제원가 상승압박에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한중 경제무역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빠른 한·중 무역의 성장 이면에는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중의 상이한 경제발전 수준으로 인한 비교우위가 주요 원인이지만 동아시아 지역 무역구조에 있어 한·중 양국의 위치 재정립으로 인한 편무역 관계도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의 누적적자는 5022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수교 첫 해를 제외하면 1993년 이후 흑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1993년에서 2011년까지의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는 2729억 달러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해외수출 장려, 해외수입 제한이라는 무역정책이 중국의 무역적자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 진입 문턱을 높게 설정하고 있어 중국 기업이 금융, 항공, 해운, 의약제조업 등의 분야에 진입하는데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리우 류이 교수는 “중국은 국제수지의 장기적 불균형과 상품수지, 자본수지의 쌍둥이흑자가 중국의 이익에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이러한 수출입 흑자를 오래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