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애플 인터넷 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인 에디 큐는 애플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수신자는 팀 쿡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 필 실러 마케팅부문 부사장, 스콧 포스털 모바일소프트웨어 부사장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써보니 사람들이 창찬하는 이유를 알겠다. 7인치 태블릿PC 시장은 있다. 우리도 여기에 대처해야 한다.”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는 9.7인치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이어 7인치 태블릿PC를 내놓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애플이 이 같은 추측을 전면 부인했다. 겉으로만 그랬다. 실상은 내부적으로 세밀한 검토를 해온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을 통해 애플의 비밀들이 드러나고 있다.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애플의 성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제까지 밝혀진 애플의 비밀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재판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판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는 양 사의 청원은 기각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특허소송 공판에서 밝혀진 비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고 스티븐 잡스 애플 창업주도 7인치 태블릿PC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큐 부사장은 이메일에서 “그 역시 마지막에는 수용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잡스는 “7인치 태블릿PC는 나오자 마자 사장될 것”이란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큐 부사장의 이메일에 따르면 끝내는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께 7인치 아이패드가 나올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애플의 마케팅 비용도 공개됐다. 실러 부사장은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해 “애플은 미국시장에서 아이폰 광고비용으로 2007~2011년 동안 6억4700만달러(약 730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아이패드는 2010년 출시 이후 4억5720만달러(약 5200억원)를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2004년 아이폰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 퍼플이란 특별팀을 만든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애플은 보완을 위해 팀의 구성원을 회사 내부 직원으로만 채웠다.
포스톨 부사장은 “잡스는 개발팀으로 소집된 직원들에게 만일 제안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정말 힘들게 일할 것이라고 엄포도 놓았다”고 말했다.
이외에 아이폰 사용자의 78%가 케이스를 구입한다는 내부조사 자료, 포스톨 부사장은 애플에서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직원은 1000여명이었으며 전 직원 회의를 하면 2000명 정도가 모였다는 사실 등이 밝혔졌다.
앞서 애플이 소니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소송에 유리한 증거를 얻기 위해 니시보리 전 애플 디자이너에게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