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타깃으로 삼은 물건은 경기도 고양 일산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점포였다. 무엇보다 교통여건이 무난하고 대단지 아파트가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감정가는 7억원 정도였고, 준공된지 20년 된 건물이었다. 김싸는 ‘건물이 너무 낡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고 곧장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직접 둘러보니 역시나 건물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1층은 2개의 식당이 입점해 있었고, 2층과 3층은 학원을 하고 있었다. 임차인들에게 물어보니 상가 주인이 현재 지방에 살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상가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너 시간 동안 상가 주변을 살피는 동안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몇이 왔다간 걸 제외하면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김씨는 ‘제법 큰 아파트 단지가 배후에 있음에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장사가 잘 되지 않는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장방문 전에 가졌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인근 중개업소에 들러 정보를 더 캐보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거두절미하고 “저기 앞에 경매 나온 ㅇㅇ상가에 관심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공인중개사는 “아, 거기요? 주변에 들어선 새 상가들이 너무 잘 꾸며놔서 경쟁력이 떨어지긴 했죠. 근데 어느 정도 수리를 하고 새로 꾸미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라며 “그 옆 동 상가는 작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은 시세가 10억 정도 돼요”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뭔가 답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래. 누가봐도 휘황찬란한 물건은 어차피 구입능력이 안 되는걸. 이 상가를 리모델링해서 건물 가치를 높이고, 거기에 맞는 임차인도 새로 구해보자’고 결심했다.
이 때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6억 초반대를 써낸 김씨는 두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해당 상가를 낙찰 받는 데 성공했다. 모자라는 돈 2억원은 은행대출을 받았다.
자칫 골치 아플 수 있는 명도 문제 역시 손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금납부할 때 인도명령 신청을 함께 해 기존 임차인들을 압박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에 아파트 경매를 통해 배운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상가가 비워지자 바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최초 공사비 견적은 2억원에 달했는데 외벽의 자재 수준과 공사면적을 하향조정하니 1억7000만원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대신에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 인테리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끔 복도와 화장실 등 건물 내부 인터리어에는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그 결과, 어렵지 않게 임차인을 구할 수 있었다. 1층 식당은 보증금 6000만원에 월 250만원, 2층은 병원은 5000만원에 월 200만원, 3층 PC방은 5000만원에 월 180만원에 계약했다.
보증금 1억6000만원은 은행 대출비용을 갚는데 썼고, 매월 630만원의 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리모델링 후 건물 가치가 오른 데다, 3년여 동안 시세차익까지 더해져 현재 감정가는 11억원에 이른다.
단 한 번의 상가 경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는 김씨는 이렇게 말한다. “상가는 단순히 ‘경매’라는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입지·상권분석부터 낙찰을 위한 눈치보기까지는 누구나 하는 고민이죠. 업종유치에 대한 고민, 건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 등 낙찰 이후의 고민이 저의 경매를 성공으로 이끈 게 아닐까요.”
◇용어설명
△인도명령 = 강제집행에 있어서 집행법원이 결정으로써 내리는 명령이다. 부동산의 경매에 있어 경락인이 대금을 납부한 후 6개월 이내에 신청을 하면 법원은 채무자·소유자 또는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 점유를 시작한 부동산 점유자에 대해 그 부동산을 매수인(또는 법원이 지정하는 관리인)에게 인도하도록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