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A씨는 자산 30억 정도를 보유한 재력가다. A씨는 올해 초까지 ELS 등 다양한 상품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유럽재정 위기가 발생하고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즉시연금과 비슷한 저축성보험을 골라 투자하고 있다. 괜히 욕심을 부려 원금을 날리기보다 안정적이면서 매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자들의 투자 행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물가폭등, 실질금리 마이너스, 부동산 하락 등의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소위 부자들(자산규모 10~50억원)이 리스크 관리를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가장 가까이에서 부자들을 보고, 또 부자들의 돈을 직접 관리해주는 프라이빗 뱅킹(PB)들은 시장 불확실성 탓에 부자들의 리스크 관리는 필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학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 센터장은“자산규모 10억원 이상의 소위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요즘 투자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유럽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아 위험이 내포된 투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언제 걷힐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즉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 “시장상황이 좋았을 때 부자들은 주로 ELS(주가연계증권), ELF(주가연계펀드)에 투자를 했다”면서 “하지만 2분기 이후에 ELS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고 앞으로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어 기존 펀드 자금 빼서 언제든지 유동할 수 있는, 즉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기성 자금 MMF(머니마켓펀드), MMT(특정금전신탁)에 넣어두고 관리하는 게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안정성과 더불어 현금 창출 능력, 비과세 혜택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즉시연금과 저축성보험 투자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자들 사이에서 ‘원금을 지키는 것이 돈 버는 방법’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리면서 그들의 리스크 관리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부자들의 공통된 투자 특징은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이라며 “위험요소와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자산을 현금자산으로 돌리고, 추구하는 수익을 ‘정기예금+a’ 정도로 정하는 것, 목표수익을 정한 후 투자를 잘못했다 싶으면 10% 이전에 바로 빠져나오는 판단력 등 냉철한 시각과 함께 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권 세계화전략연구소장은 “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한테 맞는 방법, 즉 전략적인 대안을 먼저 찾는다”며 “무절제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는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를 생활화 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