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증시 불안에 주식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증시 거래대금이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작년 8월말 위기 수준보다 줄어들었다.
◇해외發 악재에 증시 ‘흔들’ = 1분기 국내 증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1월초 1800선에서 움직이던 종합주가지수가 2월 들어 2000선을 회복한데 이어 3월 205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 경신에 성공한 것이다. 이같은 증시 호조에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유럽 상황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잠잠한 듯 보였던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며 국내 증시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지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유럽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을 거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실물경제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다시 낙폭을 확대했고 4월 1900선을 하회한데 이어 5월 1800선을 밑돌기 시작했다. 6월 들어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증시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를 중심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민간부문이 설비투자와 소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지표 정체 및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재정지출 축소와 세금감면 혜택 축소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고, 중국은 수출, 내수 동시 부진과 정권 이양기 정책공백으로 인한 2분기 경착륙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감으로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인 ‘脫코리아’ 가속…시총규모도 크게 줄어 = 잇따른 대외악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선·현물 시장에서 잇따라 ‘팔자’에 나서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2일부터 25일까지 18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총 3조9736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4년래 최장이자 2000년 이후 5번째로 긴 연속 순매도 일수다.
25일에는 506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난해 9월23일(6677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보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16일(4912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지난 22일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1만6074계약, 2조64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 이는 계약수 및 금액 기준으로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잇따른 대외악재에 수급상황이 악화되자 국내 증시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주식시장의 규모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약세장을 보였던 작년 8월말 1062조원 보다 26조원 줄어든 1036조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컸던 4월 3일(1178조원)과 비교하면 약 12% 감소한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도 사장은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5일 현재)은 96조원으로 작년 8월말(102조원)보다 6조원 가량 줄었다. 코스닥 시총이 100조원을 밑돈 것은 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