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영광이 오래가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도 많다.
벤처 1세대의 대표적인 몰락 사례로는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가 있다. 벤처 1세대의 대표 중 한명인 장흥순 전 대표는 터보테크를 창업해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국내 CEO 중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의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벤처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5년 배임 및 횡령혐의로 결국 법정구속되면서 신화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장 전 대표는 경영현장이 아닌 모교 서강대학교로 복귀해 후학양성에 나섰으며, 지난 2월에는 서강기업가정신센터장에 임명됐다.
경제사범으로 몰락한 벤처 1세대는 장 센터장 만이 아니다. 벤처 1세대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렸던 로커스 김형순 사장도 결국 분식회계의 덫에 걸렸다.
공교롭게도 역대 벤처협회장들 대부분이 구속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 모두 분식회계, 배임, 횡령 등 경제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백종진 벤처협회 7대 회장도 재임기간 중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프라임그룹 계열사에서 배임과 횡령혐의로 물러났다.
이외에도 인터넷 무료전화 다이얼패드로 돌풍을 일으킨 오상수 전 새롬기술(현 솔본) 사장도 분식회계로 사법처리됐으며,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도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벤처 1세대들이 경제사범으로 대거 몰락한 데에는 갑작스럽게 찾아 온 부와 경영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이찬진 한글과 컴퓨터 창업자는 정계로 눈을 돌렸다, 정계 입문 6개월 만인 1998년 5월 자진사퇴한 후 다시 ICT업계로 복귀했다.
벤처 1세대들은 대부분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이다. 기술개발과 아이디어 창출에는 재능이 있었지만 회사를 유지하는 재무관리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고평가된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식회계와 같은 눈속임 경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아울러 갑자기 부자가 되면서 시쳇말로 ‘멘탈붕괴’가 왔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벤체 1세대 대표주자들의 몰락 이후 벤처업계는 도덕성을 재무장하는 등 제2의 벤처신화 조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