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정도에 대한 판단을 기존의 ‘상당히’에서 ‘적절하게’로 변경할 방침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립턴 IMF 부총재는 이날 “중국의 경상흑자가 급격히 줄고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IMF가 공식적으로 위안화 가치 평가를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IMF는 위안화가 다른 주요 통화들에 대해 적당히 평가절하됐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IMF는 위안화의 가치를 평가할 때 수치화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IMF가 밝힌 ‘상당히’평가절하됐다는 표현은 산출 방법에 따라 3~23% 가량 평가절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는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해 온 미국에 정치적인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IMF는 지난 2007년부터 위안화에 대해 ‘상당히’ 혹은 ‘심하게’ 평가절하 됐다며 미국의 대중 위안화 절상정책을 지지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중국의 위안화 약세 정책이 자국의 수출에 장벽으로 작용해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증대시킨다.
지난 2010년 6월 중국 정부는 미국의 주장에 양보해 위안화 환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고 발표, 이후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7% 가량 올랐다.
립튼은 위안화에 대한 평가 변경으로 중국이 성장 기반을 수출에서 내수로 이행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도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WSJ는 그러나 IMF가 중국 정부에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올리도록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경제 부진과 미국의 저성장으로 중국의 수출 성장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이미 지난 4월 위안화 가치가 ‘상당히’ 평가절하됐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당시 IMF는 유럽 재정위기를 이유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중국 위안화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위안화 가치가 크게 과소평가돼 있다”며 작년 12월의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중국을 환율조작국 리스트에는 올리지 않아 중국과의 정면 충돌은 피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태세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중국을 ‘통화 교란자’라고 비난하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위안화에 대해 ‘균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IMF는 현재 위안화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진행 중이며 최종 결과는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