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팩커드(HP)가 23일(현지시간) 2만7000명의 직원을 줄인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의 8%에 달한다.
회사는 “오는 2014년 10월까지 해고와 조기퇴직 등을 통해 감원을 실시할 계획이며 연 최대 35억달러(약 4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고 밝혔다.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감원이 직원들의 삶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회사의 장기적인 재무건전성을 위해서는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캐시 레스잭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데이터센터를 관리하고 정보·기술(IT) 컨설팅을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서비스그룹이 감원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P는 당초 이 부문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IBM, 인도 인포시스 등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레오 아포테커 전 CEO 등은 회사가 이 분야를 선도할 만한 충분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HP가 인수한 영국 기업 전문 검색업체 오토토미의 마이크 린치 설립자도 회사를 떠나게 됐다.
마이크 린치는 HP의 정보관리를 총괄해왔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아 회사를 실망시켰다고 휘트먼 CEO는 설명했다.
HP는 감원과 동시에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이언 마셜 ISI그룹 애널리스트는 “HP의 이번 회계연도 R&D 비용이 40억~50억달러로 전년의 32억5000만달러에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HP는 지난 분기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올렸지만 전망은 다소 불안했다.
HP는 이날 지난 4월 마감한 회계 2분기 순이익이 16억달러(주당 80센트)로 전년 동기의 23억달러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분기 조정이익은 주당 98센트로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91센트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307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316억달러에서 감소했으나 시장 전망치인 299억달러는 넘었다.
HP는 회계 3분기에 일부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이 주당 94~97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1.02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날 HP의 주가는 3.21% 하락한 뒤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9%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