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악재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1970년대 석유파동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는 4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20일(현지시간) 장외 거래에서 장중 배럴당 105.21달러로 전일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작년 5월5일 이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란이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키로 해 수급 우려가 증폭되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은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자국산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대한 추가 원유수출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흐마드 칼레바니 이란 석유차관은 “EU가 적대적인 행위를 지속한다면 다른 회원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칼레바니 차관은 수출 중단 대상 국가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네덜란드 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 유가는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유시장은 이란산 석유의 손실분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대응했다.
IEA의 디디어 휴신 에너지시장·안보 담당 국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산 석유 수출의 어떠한 손실도 보충할 수 있는 대안적 공급 물량이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안팎에서 추가적인 석유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상 사면초가다.
이란은 EU 등의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수출길이 막혀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하루 평균 5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중국 인도 정유회사에 팔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3월 중순까지 새로운 판매처를 찾지 못하면 생산량 자체를 줄이거나 팔지 못한 원유를 초대형 유조선의 부유저장소에 저장해 놓을 수 밖에 없다.
FT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유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