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 통영에 있는 중형 조선사인 삼호조선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달 말에는 성동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원가 절감, 경영 효율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내년까지 정상화에 필요한 1조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대한조선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3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위탁 경영에 의지해야 한다.
◇중소조선사, 수주가뭄 심각= 지난 2006년 조선산업 활황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중소형 조선사들은 심각한 수주 가뭄에 시달라고 있다. 14일 파산절차에 들어간 삼호조선은 주로 1만~2만톤급 유조선을 건조하던 회사다. 한때는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00대 조선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모기업인 삼호해운이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2010년 삼호드림호와 삼호주얼리호 등 선박 두 척이 잇달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이후 어려움에 빠진 것. 결국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지난해 5월 최종 부도 처리됐고, 법원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케미컬 탱커(Chemical Tanker)를 위주로 영업을 해 왔던 삼호조선은 지난 2007년 13척을 수주한 이후 케미컬탱커를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21세기조선과 신아SB도 각각 2007년과 2008년 이후 수주가 끊겼다.
현재 21세기 조선은 3만4000톤급 벌크선 3척을 만들고 있지만 오는 6월이면 건조 작업이 끝난다. 6월 이후로는 건조 물량이 없다는 얘기다. 신아SB는 2008년 이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네 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올 하반기면 끝나게 된다.
◇기술개발 없이 자초한 결과= 파산 위기에 몰린 중소 조선사들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 사태’이후 글로벌 불황이 시작되자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개발 소홀로 미래투자 부재했다는 것이다. 조선 시장의 최고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대형 3사가 기술 개발을 통해 선종을 다변화하고 기술을 국산화를 이뤘었던 것과 대조된다.
케미컬 탱커 위주로 마케팅을 펼쳤던 이들 중소조선사들은 수년 간 선종 변화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미컬 탱커는 한·중·일의 시장 점유율이 1대 1대 1일 정도로 3국이 골고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진입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로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 가뭄으로 인해 케미컬탱커 시장까지 손을 뻗치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중소 조선사들이 돌파구를 찾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경영 회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과거 성동조선 처럼 긴급 자금수혈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줄이 묶인 데다 향후 경기 전망도 불안해지면서 낮은 기술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주로 하던 벌크선·유조선 같은 사업도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