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은 배우 문성근이 동명르포 ‘부러진 화살’(2009년 출간)을 보고 정지영 감독에게 제안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서형(37)은 법정르포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녀는 1년 동안 1500명의 사람을 만났다. 법원에서 1인 시위하는 이들의 답답한 사연, 억울한 일들을 들으며 사법부의 부당함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김영호 교수(전 성균관대 수학과) 의 석궁사건 재판을 접하게 됐다. 석궁사건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그녀는 이 ‘희극적’인 재판의 과정들을 르포식으로 정리해 ‘부러진 화살’을 출간한 것이다.
지난 1일 두 시간에 걸친 전화 인터뷰에서 서형 작가는 '부러진 화살'에 대한 지금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원작 ‘부러진 화살은 소설’이 아니다. 1%의 허구도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궁사건의 재판과정에 직접 참석해 그 모든 과정을 봤다. 실제 재판과정은 영화보다 더 개판이었고 더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희극적이었다.
영화는 김명호 교수의 높은 공격력을 표현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김 교수는 마치 대학교수가 대학원생을 박살내듯 판사의 그릇됨을 혼냈다.
또 개인적으로 주인공 안성기는 김명호 교수의 괴짜스러움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안성기가 갖는 사회적 이미지인 신뢰감때문이다. 안성기의 믿음직스런 이미지가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하는 주장이 100% 사실이라고 믿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 김교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김 교수는 법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안할 권리를 가졌다. 김명호 교수의 말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 일은 사법부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법부가 객관성을 잃고 해야할 일을 법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의 부당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은 사법부가 법대로 하지 않은 일에 폭로한다고 했다. 부러진 화살이 사라지고 교체된 것에 대해 김교수의 말에 동의하는가.
▲화살이 사라진 것은 팩트다. 그리고 피해자 박홍후 판사가 입고 있던 옷에 혈흔이 동일인의 것도 팩트다. 이 점이 박홍후 판사의 거짓말 설의 가능성이 있다. 이 논란지점을 일축하기 위해 재판부는 혈흔감정요구를 받아 들였어야 했다. 박홍우 판사도 피를 안주겠다고 말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 재판부는 혈흔감정요구를 무시했다. 미흡한 증거조사를 한거란 인상을 준 것이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증거조사로 “가재는 게 편이다” 란 추측을 낳았고, 대법원에 대한 음모설이 난무하는 거다.
-이에 분노한 작가의 심정이 느껴진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 답답해서 몇년 전 국회에 가서 혈흔감정에 대한 청원서를 받았다. 정동영, 류원일, 권영길, 강기갑 등 총 7명에게 청원서를 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법조계 출신 판사들은 협조를 안했다. 사법부 문제는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신념들이 있는 듯 했다.
-김교수의 법정모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김 교수의 태도에 대해 법정모독이라고 보는 것에 대해 객관적 시선을 이해한다. 하지만 김 교수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법을 위반한 판사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다. 김 교수의 기본 생각은 법을 위반한 판사는 판사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거다.
-석궁을 들고 간 것에 대해 김명호 교수는 저항권 행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살인미수라는 죄명, 법치주의의 중대한 도전이라고 사법부는 표명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교수가 석궁을 들고간 것부터 잘못이었다. 언론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살인미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위협죄가 적용가능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은 사법부가 내릴 판단이다.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불공정하고 억울하다고 판단되는 재판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번 영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묻혀졌던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는 다는 것이 기쁘다. 이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상호 각각의 피드백들이 모여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한다.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 그리고 분노가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