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11 총선 공천 기준안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친이(이명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역 여론에 교체지수와 경쟁력을 물어 하위 25%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의 공천을 배제키로 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는‘탈당’까지 언급했다. 지역구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친이계로서는 상대적으로 反MB 정서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가 내놓은 공천 기준안을 논의했던 17일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정몽준 전 대표의 제안으로 김무성 정두언 차명진 진수희 이범래 의원 등이 모임을 갖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성토한데 이어 18일에도 친이계 모임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이번 공천기준안에 대해 “사실상 수도권 친이계의 씨를 말리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며 “오늘 일부 의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천 기준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탈당을 결심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 “실제 고민 중인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경고했다.
한 수도권 친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은 이번 공천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박근혜 눈높이’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특히 정부와 밀접한 중앙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현역 의원이라 할지라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물갈이를 수단으로 해서 얼만큼 우리가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느냐 이게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수단과 목적이 좀 전도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의원도 “공천 기준이 수도권 의원들에 불리한 것만은 확실하다”면서 “여론조사 조사 시 설문문항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신당 창당설’도 흐른다. 친이계와 박 위원장에 불만을 갖고 있는 反박근혜 세력이 모여 수도권 신당을 만든 뒤 ‘박세일 신당’과 자유선진당 등을 흡수한다는 시나리오다.
당 고위관계자는 “수도권 신당 얘기가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신빙성이 있다”며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홍준표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 잔류와 신당 창당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신당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친이계 반발이 심화될 경우 총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7일 의총에서 공천기준안과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아갈 개혁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대승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의원들이 원한다면 당명을 바꿀 수 있고, 준비도 시키고 있다”면서도 재창당에 대해선 재차 거부입장을 전달했다.한나라당은 세부 조율을 거쳐 오는 19일 비대위에서 공천기준을 최종 의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