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3의 개국’으로 일컬어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 역시 리더십이 관건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선언한 TPP 참가는 이를 이끌고 나갈 강력한 리더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번 TPP 참가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세계 경제의 35%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문제는 현재 노다 총리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조차 지지를 얻지 못해 자칫 야심찬 공약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19세기 매슈 페리 제독에 의한 개항 요구와 2차 세계 대전 패배 등 두 차례의 개국이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일본 스스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사뭇 크다.
TPP 참가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TPP 참가=망국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당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15일 “어쨌든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참가하지는 않겠다”며 “반드시 100% 참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굳은 의지를 번복했다.
WSJ는 과거 지나친 규제와 그로 인한 그릇된 인식이 일본의 TPP 협상 참가를 가로막는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의 TPP 참가를 둘러싼 최대 쟁점은 농업과 의료 부문이다.
일본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규제 완화가 농업과 의료업계의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당국은 이에 반발하며 현실에 안주해왔다.
WSJ는 오히려 이 부분의 문호를 개방하면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고 구조개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수입쌀에 부과하는 관세는 778%다. 그 결과 농가는 시장 압력에 노출되지 않고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주목할 것은 이같은 상황이 일본의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농가당 농지 면적은 평균 2헥타르 미만이며,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66세다. 젊은이들은 농업을 기피하는 상황이어서 개혁이 따르지 않으면 일본 농업의 미래는 암담하다.
의료업계도 과도한 규제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병원이나 진료소는 의사만 소유할 수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과잉보호 하에 제약업체들은 자사 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는 등 부조리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로 인해 진료는 적당선에서 이뤄지고, 환자에게는 대량의 약이 처방되는 등 부조리한 면들이 지적되고 있다. 또 처방되는 약품이 첨단 치료제인 것도 아니다.
노다 총리도 무턱대고 TPP 참가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농업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이 농지를 매입·통합해 기계화를 추진하는 한편, 의료 부문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와 적용에서 제외되는 최첨단 치료를 조합한 혼합 진료의 해금을 검토하고 있다.
WSJ는 TPP 협상 참가로 이같은 규제완화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 일본 소비자에게는 당연히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자동차 같은 미국 기업들도 일본의 TPP 협상 참가에 반기를 들고 있어 일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의 악명높은 ‘치킨 택스’가 인하되면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WSJ는 이것이 포드의 지나치고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미국에 비해 훨씬 폐쇄적이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협정이 합의되면 포드에겐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WSJ는 일본의 지도자가 개별적인 목소리에 치우치기보다는 국익을 우선해 제3의 개국으로 향하는 TPP 협상 참가를 성공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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