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이 그치질 않고 있다.
김정권 사무총장,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 등 주요당직자들의 ‘인위적 물갈이론’이 영남 중진의원들의 거센 기득권 저항에 부딪힌 데 이어 이번엔 홍준표 대표의 전략공천 30%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스로 내건 공천 관련 함구령이 무색해진 것이다.
홍 대표는 10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공천개혁특별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과 단둘이 만나 공천개혁특위의 국민경선상향식 안(案)을 기준으로 하되 전략공천 30%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은 접전 또는 취약지역에 지도부가 당선가능성 높은 후보를 직접 세우는 것으로 대표의 공천 영향력 확대를 뜻한다. 공천개혁특위는 앞서 전략공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율을 20%로 제한했다. 비공개 내용이 새어나오면서 공천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이를 반영하듯 11일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선 홍 대표와 유승민, 나경원 최고위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사전 회의에서도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등 공식회의도 10여분 늦게 시작됐다.
홍 대표는 회의에서 공천에 대해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유승민 최고위원이 “공천 얘기는 하면 할수록 블랙홀이자 판도라의 상자”라며 “홍 대표 중심으로 공천 일정과 시스템을 정해야 한다”고 공천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자 나경원 최고위원이 기다렸다는 듯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공천은 블랙홀이란 유 최고위원 말에 동의한다. 특정인이 (공천)되느냐 마느냐를 언급하는 틀까지 나올 정도면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게임의 룰을 늦게 정하겠다는 건 자의적으로 공천하려는 의도”라고 홍 대표를 정면겨냥했다.
나 최고위원은 이어 “지난번 당 사무총장 인선 때도 ‘사무총장을 대표 사람으로 하면 대표 마음대로 공천할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발했던 것 아니냐”며 “국민경선으로 공천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도 8월말까지 통과시키기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위에 줄을 서야 하는 공천인지 아닌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8월말까지 (예정대로) 절차를 완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김기현 대변인은 비공개회의 브리핑을 통해 “공천개혁특별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공천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공천 관련 당의 공식기구는 공천개혁특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