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가 조사한 결과 대지진 발생 이후 2개월 반(3월12일~5월27일)에 걸친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건수는 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황으로 투자를 축소하면서 기업들이 두둑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해외 M&A 가속화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톰슨로이터는 대지진을 계기로 리스크 분산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생산을 해외로 분산시키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530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 올 3월11일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만해도 활황세가 이어졌다.
대지진 발생 직후에는 피해 상황 파악과 복구에 급급해 해외 M&A를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3월 해외 M&A는 전년보다 20% 줄었다.
기업들은 대지진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됐다고 판단된 4월부터 해외 M&A를 재개, 4~5월 해외 M&A 건수는 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제약업계와 금융업계, 신성장 분야에서의 M&A가 두드러졌다.
다케다약품공업이 동유럽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 기반이 탄탄한 스위스의 제약업체 나이코메드를 1조1100억엔(약 14조8000억원)에 인수키로 한 것을 비롯해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의 제3자 할당 증자에서 지분 50%를 확보했다.
도시바는 스마트그리드(차세대 송전망) 사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00억엔을 들여 스위스의 스마트그리드 관련업체인 랜디스+기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증권의 도이 고이치로 M&A 자문 책임자는 “대지진을 계기로 생산 거점을 해외로 분산하기 위한 M&A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상장기업의 보유자금이 3월말 현재 사상 최고 수준에 있는데다 여전한 엔화 강세 기조가 해외 M&A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