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직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성폭행 미수 혐의로 미국 뉴욕 경찰에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사임이 유력시됨에 따라 기득권을 지키려는 유럽연합(EU)과 신흥 개발도상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의 IMF 총재직 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봉장을 맡았다.
그는 이날 “스트로스칸 총재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것은 이제 질문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를 감안하면 유럽 출신 인사가 IMF 총재를 계속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세 마누엘 EU집행위원장 대변인은 “EU는 차기 IMF 총재로 나갈 후보 선출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디디에 레인데르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앞으로도 유럽이 IMF 총재를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당초 프랑스 대선 출마를 위해 올 여름 퇴임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체포되면서 후임 논의가 일찍부터 불 붙기 시작한 것.
유럽에서 차기 IMF 총재로 유력한 인사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라가르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프랑스가 벗어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IMF 총재 자리를 프랑스 출신 인사가 잇따라 역임하는데 따른 반발도 무시 못할 변수다.
브라운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으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가 브라운의 IMF 총재 선출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캐머런 총리는 “브라운은 영국의 재정적자를 확대시켰기 때문에 IMF 총재로는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그 동안 관례적으로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미국이, IMF 총재는 유럽이 각각 맡아왔다.
그러나 신흥 개도국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개도국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이 국제 금융기구 수장 자리를 독차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해왔다.
일각에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IMF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IMF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도국에서는 지난 2001년 경제를 금융위기에서 구출한 케말 데이비스 전 터키 경제장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그리스와 터키의 앙숙관계와 이슬람권 인사에 대한 유럽의 거부감이 그가 총재직을 차지하는 장애물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