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방사성 물질 농도가 법정 기준의 100배에 달하는 오염수 1만1000여t을 바다로 방출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4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물 집중처리시설'에 고여 있는 저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 1만t과 5, 6호기의 지하수 보관 시설에 있는 저농도 오염수 1500t을 바다로 방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7시께부터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냈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전력이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없는 조치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방출하는 물에 섞인 방사성 요오드131의 농도는 1㎤당 6.3㏃(베크렐)로 법정 배출 기준(1㎤당 0.04㏃)의 약 100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오염수가 어패류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방출된 오염수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원전 주변의 어류와 해초 등을 매일 먹는 경우 1년간 성인이 받는 방사선량은 0.6m㏜(밀리시버트)로 연간 방사선량 기준치인 1m㏜를 밑도는 수준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오염수가 흘러나간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바다에 새로 오염된 물이 방출될 경우 물고기 체내 농도가 올라갈 우려가 있다. 다만 물고기의 몸 안에서 방사성 세슘의 농도는 수십 배, 방사성 요오드는 10배 정도까지 올라갈 뿐, 수은이나 농약 DDT처럼 수백 배, 수만 배로 농축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ㆍ보안원은 "긴급 시 불가피한 조치"라며 해양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악영향을 가능한 한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나카노 마사나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부주간은 "저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바다에 방출하고, 고농도 오염수 보관장소를 확보하는 것은 타당한 판단이다. 오히려 지하수 보관 시설(피트)에서 바다로 방출되는 고농도 오염수 쪽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저농도의 방사성 오염수는 증발시켜 물 상태로 되돌린 후 해양 방출이 가능한 수준까지 농도를 낮춘 뒤 처분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다. 이번에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직접 바다로 방출한 것인 셈이다.
오염수 방출을 시작한 집중 폐기물 처리시설은 원전 관리 구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작업복을 세탁한 물 등을 저장하는 장소로, 펌프로 남쪽 방수구에서 방출한다.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것은 유럽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서는 실시되고 있지만 이번처럼 배출 기준을 웃도는 것을 알면서 임시방편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