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당초 건설사의 연결재무제표 대상에 지급보증을 서준 시행사를 포함시키도록 했던 기준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이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아파트 분양사업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추진이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업계는 시행사에 대한 재무제표 부담이 해소되면서 주택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면했다며 안도하고 있다.
3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건설협회는 건설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시행사만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는 '건설협회 자율지침'에 최근 합의했다.
건설협회는 4일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자율지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IFRS가 도입된 이후 시행사의 연결 재무제표 작성 여부는 건설업계에서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금융당국이 건설사와 1대 1로 거래하는 부동산 시행사는 건설사가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시행사를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시행사가 토지대금 등을 대출받을 때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주고, 분양대금 계좌를 양사가 공동관리하는 것으로 볼 때 건설사가 시행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다고 간주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 경우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 아파트 분양사업과 개발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특히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은 파이낸싱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고, 아파트 분양대금 계좌 공동관리도 분양계약자를 위한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시행사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며 관련 기준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건설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건설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명목 시행사'만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으로 하는 건설협회 자율지침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명백하게 사업 주체가 다른 실질 시행사는 건설사의 연결재무제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시행사가 건설사로부터 설립 이전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았거나 시공사 임직원 또는 친인척 명의로 설립된 경우 등 사실상 시공사가 단독으로 지배하는 명목 시행사의 종류를 정하고, 이 경우에만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시행사에 대한 재무제표 부담이 해소되면서 주택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면했다며 안도하고 있다.
이 조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그동안 건설업체의 지급보증을 통해 토지대금 조달 등을 추진해왔으나 사업성 문제와 IFRS 도입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을 우려해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현재 대형 건설사들이 지급보증 참여를 놓고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늘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