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청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느낀 기업들이 직접 대학을 찾고 있다.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발하던 수동적 태도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커리큘럼 등을 직접 구성, 교육하는 능동적 태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소프트웨어 분야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균관대 휴대폰학과다. 삼성전자는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졸업 후 삼성전자 DMC 부문 입사를 보장한다.
또 갤럭시S 등 자사 스마트론 개발자를 강사로 활용, 휴대폰학과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맞춤형 인재로 키우고 있다.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정민영 교수는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마쳐도 입사를 하면 재교육을 해왔다”면서 “(휴대폰학과는) 처음부터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 개설됐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이 태양광 에너지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자 건국대와 손잡고 만든 미래에너지학과도 마찬가지다. 이 학과에 입학하면 건국대가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함께 운영하는 차세대태양전지연구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삼성전기도 부산대와 손잡고 지난해 2학기부터 대학원 석사과정에 ‘차세대 전기기판회로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역시 대우 영진전문대와 손잡고 전자정보통신계열에 모바일디스플레이 전문반을 개설, 전문인력의 양성에 직접 나섰다.
대부분 삼성전자와 같이 한 대학과 연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지만 여러 대학에서 필요한 인력을 뽑아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2005년부터 ‘전지 맞춤형 학과 프로그램’을 통해 해마다 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서 대학생을 선발, 2차전지 분야의 핵심인력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대학 4학년 때 인턴교육을 통해 현업에서 필요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등 바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LG화학 인사담당자는 “2005년 처음 실시했을 때는 선발 인력이 20여명에 불과했으나 교육 효과가 좋고 현장에서의 평가도 좋아 지금은 매년 50여명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의 실무자들이 대학의 한 학기 강의를 직접 맡으면서 실무 경험을 전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전파하려는 의도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효성은 첨단소재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지난해 2학기부터 주요 대학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서고 있다. 강의에는 효성기술원장을 비롯해 실제로 첨단소재 분야에서 직접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는 효성기술원의 임원 및 연구팀장이 강사로 나섰다.
효성은 지난해 서울대에서 강의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다른 대학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효성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야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전문인력을 양성할 기회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2010년 2학기 과정에 삼성전기 CEO 강좌 ‘IT 기술의 혁신 및 경영’을 개설하고 박종우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강단에 올라 직접 강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교육에 나선 것은 기업환경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특화된 인력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곧 바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신입직원들의 재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